접대라는 명목으로 서울의 식당을 찾는 사람들을 보면 가끔 의문이 듭니다. 왜 굳이 시끄러운 오픈형 테이블을 고집하며 상대의 말소리를 놓치고는 나중에 분위기 탓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군요. 비즈니스 대화가 목적이라면 소음이 차단된 공간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입니다. 인테리어가 화려하다고 해서 대화의 질이 높아지지 않습니다. 중요한 거래를 앞두고 있다면 무조건 독립된 방을 갖춘 곳으로 가세요. 거창한 수식어가 붙은 고급 요리보다는 상대의 입안에 음식물이 들어갈 때 말을 멈출 수 있는 정적인 환경이 훨씬 더 큰 협상력을 발휘합니다.
방을 예약할 때 간과하는 사실이 하나 있는데, 바로 방음 상태와 동선입니다. 종업원이 수시로 문을 열고 들락거리는 식당은 접대 장소로서 낙제점입니다. 겉보기엔 그럴싸한 한정식집이라도 복도에서 나는 소음이 고스란히 들어오는 곳은 피하는 게 상책이죠. 벽 너머의 대화가 들리는 환경에서 어떻게 진지한 이야기가 오갈 수 있겠습니까. 차라리 빌딩 고층부에 위치해 개별적인 환기 시스템과 전용 서빙 인력을 운영하는 곳을 고르세요.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는 것이 실력입니다.
메뉴 선정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지 마세요. 굽는 고기는 접대 자리에서 최악의 선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화의 흐름이 고기 굽는 소리와 연기 때문에 끊기는 순간 그날의 계약은 반쯤 물 건너간 겁니다. 냄새가 옷에 배는 상황을 상대방이 좋아할 리도 만무하고요. 미리 조리가 완료되어 나오거나 정갈하게 담겨 나오는 코스 형태를 권합니다. 식사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구성인지 미리 확인하는 수고는 해야 합니다. 정 대안이 없다면 적어도 본인이 집게를 잡지 않아도 되는 곳으로 예약하는 것이 기본 예의입니다.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데이터를 확인해보면, 정작 이름난 맛집보다는 평범해 보이는 대형 호텔 내부 식당이 의외로 업무용 대화에는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이 붐비는 곳을 피해 검증된 프라이빗함을 선택하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물론 비용은 더 발생하겠지만, 그 비용은 식대라기보다는 대화를 보호하는 보험료라고 생각하는 게 편할 겁니다. 분위기에 취해 쓸데없는 말을 하는 것보다 조용한 공간에서 필요한 정보만 확실하게 전달하는 것이 성공 확률을 높이는 길입니다. 다들 알아서 잘하겠지만, 가끔은 너무 뻔한 실수를 하는 분들이 보여서 한마디 남깁니다.